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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우홀릭 더베이직

금호아시아나가 지켜야할 가치

2011.05.11 08:40:52 조회 수 1740 추천 수 0

1901년에 태어난 박인천(朴仁天)은 우리 나이로 마흔 여섯인 1946년, 광주에서 미국산 택시 두 대로 기업을 일으켰다. 지금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박인천의 맏아들, 성용(晟容)은 예일대 박사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다 1984년 가업을 이어받았다. 장자는 그룹의 기틀을 일궜다. 


둘째인 정구(定求)는 1996년 회장에 취임해 타이어 사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중국 등 해외 전진기지들은 그의 작품이다. 


셋째인 삼구(三求)는 2대 민항인 아시아나를 세웠다. 2002년 총수가 된 그는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넓혔다. 2008년 말 재계 순위는 7위까지 올랐다. 


기업은 흥망성쇠를 겪는다. 지방에서 택시 두 대로 시작한 기업이 반세기만에 자산을 20조 원 이상으로 불린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결집된 역량이다. 


반대로 시운이 맞지 않아 잠시 주춤할 때도 있다. 성장의 관성은 이 사실을 부정하지만 때론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부흥의 기회는 언제든 다시 찾아온다.


  기업 인수합병에 관한 금호아시아나의 최근 곤욕을 새삼스레 언급할 생각은 없다. 기업가는 도전해야 하고 그들이 인수한 기업은 사업군에 적합한 대상이었다. 


문제는 시기와 방법, 해결책에 있었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대한통운을 대우건설보다 먼저 샀다면 어땠을까. 자금 부담은 훨씬 덜하고, 인수금융이 꼬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이런 사후약방문은 읊어봐야 소용이 없지만 사실 안타까운 건 그 이후다. 2008년 말 위기가 불거졌을 때 분명히 해결 기회가 있었다. 


대우건설 풋옵션을 위해 금호아시아나는 생명보험사를 팔려고 했다. 무려 17개 후보가 있었고 몇몇 외국계는 7000억~8000억 원의 호가를 내기도 했다. 


분명한 건 그 때 현금을 챙겼더라면 지금 상황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1조원 이상을 받아 주겠다는 브로커 말에 미적거렸고 결국 2000억원도 못 건졌다. 


기회는 더 있었다. 풋옵션을 일부 연기하고 2009년 시장에 대우건설을 다시 내놓은 일이다. 하지만 이 역시 욕심을 내다 거래를 그르쳤고 매물은 은행이 챙겼다. 


비슷한 두 번의 실패는 돌이켜보면 뼈아픈 과오다. 지금 보면 절체절명의 시기에 과욕을 부린 게 문제였다. 일 전체를 망친 요인이다. 


이 패착을 그들은 깨닫고 있겠지만 지켜본 이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이들이 세 번째 갈림길에서도 앞선 두 번의 과오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최근 대한통운 (100,000원 2500 -2.4%)을 내놓았지만 그에 합쳐놓은 금호터미널을 남기고 싶어 한다. 원래 자기들 것이고 선대의 유지가 서려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터미널을 빼면 대한통운이 팔릴까.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다. 몇 안 되는 후보 중 돈이 가장 많은 롯데가 터미널 없으면 안사겠다고 버티고 있다. 


롯데는 예비입찰에서 포스코나 CJ보다 5000억 원을 더 썼다. 유일하게 터미널을 시가로 쳤다. 대한통운을 같이 파는 산업은행으로선 금호아시아나가 답답하기만 하다. 


금호아시아나는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교환사채를 찍었고, 공동 투자자들에겐 대우건설과 비슷한 풋옵션 보증을 섰다. 기준 가격은 주당 17만 원이다. 


복잡하게 계산할 것 없이 대한통운 주가는 지금 10만 원 안팎이다. 이번 거래가격이 17만 원을 웃돌지 못하면 딜은 하나마나다. 올해와 내년에 다시 위기가 온다. 


이건 소탐대실(小貪大失)이란 말로도 부족한 비대칭 리스크다. 수천억 원짜리 터미널을 지키려다 조 단위 거래를 그르칠 수 있다. 손해가 이익을 압도한다.


  산업은행이 끈질기게 설득하고 있지만 결과는 오리무중이다. 금호아시아나의 고집을 꺾지 못한데다 정치권까지 이 문제에 개입해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공익을 운운한 민주당 광주시당은 분리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라는 지역적 정서에 기대어 롯데 등을 외지기업으로 분류하고 맹목적으로 외면하는 식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금호아시아나는 몰락이냐 재생이냐의 기로에 있다. 짐 콜린스는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시기'를 몰락의 5단계 중 3번째로 꼽았다. 


이제 더 떨어져 구원을 찾아 헤매느냐, 다시 도약할 준비를 하느냐의 갈림길이다.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타이어와 항공 사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선대들에게 최소한 본업은 지켰노라 고하려면 지금의 선택이 중요하다. 앞선 두 번의 실수가 증명한다. 일찍 포기할 수록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물리적인 유산은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지만 회생의 기회는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중요한건 번영하라던 가르침이다. 무엇이 더 가치 있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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